국내 재래돼지는 오랜 기간 사육되어 왔으나, 현재 사육 두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1996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9,138마리가 사육됐으며, 2000년 설문조사에서는 2,218농가에서 약 61,968마리가 사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재래돼지 웅돈
그러나 다양한 교배로 인해 순수 재래돼지의 비율은 낮아지고, 농가에서는 흑색 돼지나 재래돼지와 교배된 돼지를 모두 재래돼지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순수도가 높은 재래돼지는 국가 연구기관이나 지역 축산연구기관에 보유되어 있으며, 일반 농가에서는 보기 힘들다. 순수 재래돼지는 체구가 작고 성장 속도가 느려 생산성이 낮다. 이는 긴 사육 기간으로 인해 농가의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 재래돼지 모돈
반면, 특유의 고기 맛은 다른 돼지와 차별화된 장점으로, 재래돼지의 고유성을 살린 브랜드로 개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래돼지 혈통은 주로 국가기관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생산성 문제로 인해 일반 농가에서는 거의 사육되지 않는다.이 같은 재래돼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국립축산과학원은 2008년부터 재래돼지를 활용한 신계통 돼지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2015년에는 재래돼지와 축진듀록을 계획적으로 교배하여 새로운 합성 돼지 “우리흑돈”을 개발했다. 우리흑돈은 특허 출원(특허출원번호: 10-20150058980)된 품종으로, 재래돼지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능력과 생산성을 크게 개선한 품종이다.
우리흑돈은 유전체 분석 기법을 통해 주요 유전자를 고정했다. 성장 능력을 담당하는 MC4R 유전자, 육질 특성을 결정하는 PRKAG3 유전자, 검은 털색 유전자인 KIT 유전자를 고정하면서도, 재래돼지의 혈통 비율을 약 38%로 유지했다. 이러한 유전적 개량으로 인해 우리흑돈은 기존 재래돼지와 개량종 돼지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한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육질 특성 면에서 우리흑돈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고기의 색상 적색도는 평균 9.1로, 개량종 돼지의 7.1보다 더 붉은 빛을 띤다. 이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색상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
또한 고기 단백질의 결합 정도를 나타내는 보수력은 우리흑돈이 56.9%로, 개량종 돼지의 54.4%보다 높다. 조리 시 고기가 줄어드는 손실량 역시 우리흑돈이 28.6%로 개량종 돼지의 31.1%보다 낮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전문가 평가에서도 우리흑돈은 육색(+1.8점), 향미(+0.6점), 전체 기호도(+0.6점)에서 개량종 돼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 실증시험 결과에서도 우리흑돈은 기존 흑돼지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2012년부터 3년간 10농가에 65마리를 보급해 시험한 결과, 우리흑돈은 더 빠르게 자라고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아 농가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결론적으로, 우리흑돈은 재래돼지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성과 육질을 개선한 품종으로, 농가 수익성과 소비자 만족도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흑돼지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국내 돼지 산업의 발전과 재래돼지 유전자원의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