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래돼지는 고구려 시기 한민족의 농업 이민을 통해 중국 북방 대륙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만주 지방에는 대형, 중형, 소형 돼지들이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 중 소형 종이 한반도에 정착해 한국 재래돼지로 자리잡았다. 이 돼지들은 한반도의 기후와 지형에 적응하면서 고유의 생육 특성을 유지해왔다.
1904년 발간된 조선농업 편람에 따르면, 재래돼지는 울타리를 둘러싼 공간에서 방목하거나 말뚝에 매어 사육되었다. 돼지에게 제공된 사료로는 풀, 설거지 물, 농산 부산물 등이 사용되어 사육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1910년대 들어 외국에서 도입된 버크셔 종과의 교잡이 이루어지면서, 한국 재래돼지와 외래 품종의 교잡종이 점차 사육되기 시작했다.
그림 1. 재래돼지(수컷)
〈길고 좁은 얼굴, 작은 귀, 평평한 등선이 특징이다.〉
재래돼지는 외부와의 정보 교환이 어려운 산간 지역과 섬 지방에서 주로 사육되었고, 이들 돼지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구분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경기 강화 지역에서 사육된 돼지는 강화돈, 경북 김천 지례에서 사육된 돼지는 지례돈, 경남 사천의 사천돈, 전북 정읍의 정읍돈, 그리고 제주도의 제주돈 등이 있다. 이러한 재래돼지들은 각 지역의 환경과 사육 방식에 따라 독특한 형태를 유지하며 사육됐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랜드레이스, 요크셔, 듀록, 햄프셔 등의 개량종이 도입되면서 번식력과 산육 능력이 부족한 재래돼지는 점차 사육수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1988년부터 축산시험장에서 재래돼지의 유전자원 보존을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제주도 축산개발사업소(현재 제주도 축산진흥원)를 중심으로 전국의 재래돼지 개체들을 수집해 순종 복원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현재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다.
재래돼지의 외형적 특징
재래돼지의 외형적 특징은 여러 고전 문헌인 ‘조선농업년감’, ‘조선농업편람’, ‘조선농업론’ 등에서 기술된 바와 같다. 재래돼지의 몸 전체는 검은색 털로 덮여 있다. 이 털은 거칠고 조강모 형태로 짧고 두껍다. 얼굴은 길고 좁으며, 작은 귀가 앞으로 향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마에는 세로로 주름이 있으며, 등은 평평하거나 약간 처진 형태다. 복부는 팽대해 아래로 늘어져 있고, 엉덩이와 꼬리까지 경사가 크게 내려가는 외형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외형적 특성은 축산연구소에서 순종 복원을 위한 선발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육 중인 재래 돼지들 중 상당수는 과거 버크셔 종과의 교잡으로 인해 순수 재래돼지로 보기 어려운 개체들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흰색 반점이나 흰 털이 섞여 있거나 얼굴이 오목하게 굽은 경우는 순수 재래돼지로 분류되지 않는다.
재래돼지의 생육 특성
재래돼지의 번식력은 개량종에 비해 낮아,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수가 5~8두 정도로 적다. 발육 속도도 다소 더디다. 예를 들어, 3주령에 체중이 약 3.5kg 정도이고, 100일령에 약 25.5kg, 비육돈의 출하 체중인 70kg에 도달하기까지 약 185일이 소요된다.
그림 2. 재래돼지(암컷)
〈약간 늘어진 복부와 짧은 체장, 탄력 있는 몸을 가졌다.〉
그러나 개량종에 비해 재래돼지는 강건한 체질로 질병 저항력이 높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사료 적응성도 높아 조사료 같은 거친 사료도 잘 소화하며, 지방층이 단단하고 육질이 우수해 고기의 맛이 담백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래돼지 사육 시 유의 사항
재래돼지는 다소 신경질적인 성격을 지녀, 개량종에 비해 넓은 사육 공간이 필요하다. 임신한 재래돼지는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넓은 돈사나 방목장에서 사육하는 것이 좋다. 분만 시에는 모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자돈 보호책을 설치하고,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자돈은 따뜻한 장소에서 사육하며, 포유 기간 동안 모돈의 젖을 자돈이 자유롭게 빨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포유 중 자돈의 성장 발달을 위해 보조 사료를 제공해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모돈에게는 충분한 사료를 급여해 체중 감소를 막아야 한다. 특히 포유 후 발정이 잘 돌아올 수 있도록 각별한 관리를 해야한다.
이유 후 육성기에는 충분한 사료를 제공해 성장을 도모하며, 비육기에는 돼지가 운동할 수 있는 넓은 방사장에서 사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료 급여 시 청초와 같은 조사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농후 사료는 적절히 조절해 과도한 지방 축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출하 시 높은 품질의 육질을 유지할 수 있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