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개량은 품종 고유의 특성과 경제성을 강화해 최종적으로 고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돼지의 혈통을 등록하고 개량을 진행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돼지 등록의 핵심 목적은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고 개량된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혈통 등록은 돼지 개량에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개량된 우수 돼지의 혈통이 후세에 전해지려면 신뢰할 수 있는 혈통 등록 절차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돼지의 품질과 특성이 보장된다.
▲ 혈통 등록 절차를 통해 품질과 특성이 보장된다. (자료 사진)
돼지 혈통 등록의 중요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약 100년 전부터 인식되어 왔다. 우리나라 는 1966년 한국랜드레이스등록협회의 설립을 시작으로 돼지에 대한 등록이 공식화되었고, 현재는 한국종축개량협회가 가축 혈통 등록과 개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관은 돼지뿐 아니라 주요 가축들의 혈통 등록을 총괄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양돈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돼지 등록은 크게 혈통 등록과 종돈 등록으로 나뉜다. 혈통 등록은 동일 품종에서 태어난 돼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그 품종의 고유 형질과 특징을 유지하고 있는지 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통 등록 대상은 발육이 양호하고 정상적인 유두가 12개 이상이며, 피부와 털 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돼지도 등록기관이 인정하는 해외 등록기관에 등록된 경우 혈통 등록이 가능하다.
혈통 등록된 돼지는 생후 8개월 이상이 되면 품종별로 규정된 심사표준에 따라 외모와 특성을 평가받게 된다. 이때, 심사 결과가 70점 이상일 경우 종돈 등록이 가능하며, 이는 고유의 개량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또한, 대한한돈협회 및 공인종돈능력검정소에서 외모 심사를 통과한 돼지도 종돈 등록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의 돼지 개량 및 품종 활용 방식은 지난 몇십 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양돈 산업 초기에는 요크셔종, 버크셔종, 랜드레이스종과 같은 순종들이 주로 이용되었다.
순종 간 번식을 통해 생산된 돼지들이 비육돈(고기용 돼지)으로 활용되었지만, 최근에는 품종 간 교잡을 통해 새로운 방식이 자리 잡았다.
현재는 3원 교잡종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는 랜드레이스종과 요크셔종 간의 교잡을 통해 F1 암퇘지를 생산하고, 여기에 두록종 수퇘지를 교배하여 우수한 비육돈을 얻는 방식이다.
▲ 산육 능력을 심사하고, 검정을 통해 개량된 우수 종돈을 선발한다.(자료 사진)
이외에도 4원 교잡종 방식으로 두록종과 햄프셔종 간의 F1 수퇘지를 사용하여 비육돈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교잡 방식은 각 품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양돈 농가가 품종의 특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개량 과정에서도 각 품종의 고유 특성을 고려하며 개량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돼지의 체형과 특성을 평가하는 과정은 돼지 개량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암퇘지의 번식 능력과 수퇘지의 산육 능력을 고려해 심사하고, 검정을 통해 개량된 우수 종돈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각 품종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개량된 우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다.
돼지의 체형을 평가할 때는 여러 부위의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 돼지는 가만히 서 있지 않으므로 측정 시 돼지가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요 축산 행사나 품평회에서는 몸길이, 가슴 둘레, 관위, 체고와 같은 주요 부위만을 측정하여 평가한다.
각 부위의 측정 요령은 다음과 같다.
몸길이(체장): 양 귀 사이의 중앙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를 측정한다. 돼지의 얼굴이 정면을 향하도록 하고, 몸이 반듯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오차가 줄어든다.
가슴 둘레(흉위): 앞다리 바로 뒤쪽 몸 둘레를 줄자로 측정한다. 너무 느슨하거나 심하게 조여 측정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돼지의 호흡이 고르게 중간 정도일 때 측정하는 것이 좋다.
관위: 왼쪽 앞다리의 가장 얇은 부위 둘레를 측정한다.
키(체고): 어깨에서 바닥까지의 길이를 측정하여 돼지의 체고를 평가한다.
가슴 깊이(흉심): 앞다리 뒤쪽의 가슴 상단에서 바닥까지의 깊이를 측정한다.
앞몸 너비(전폭): 몸의 앞부분에서 가장 넓은 부위를 측정한다.
중간 몸 너비(흉폭): 가슴 둘레 측정 위치에서 너비를 측정한다.
뒷몸 너비(후폭): 뒷부분의 가장 넓은 부위를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돼지 외모 심사는 축산법 제6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수행되며,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심사 기준을 공고하고 있다. 현재 주요 품종에 대해 적용되는 외모 심사 기준은 1997년에 개정된 것으로, 대요크셔종, 랜드레이스종, 두록종, 햄프셔종, 버크셔종을 포함한다.
심사는 넓은 심사장에서 진행되며 돼지를 자연스럽게 세워두고 일정 거리를 두고 돼지의 전체 체형을 측면, 전면, 후면에서 파악한다. 이후 심사 기준에 따라 일반 외모부터 머리와 목, 앞가슴(전구), 몸통(중구), 뒷부분(후구), 다리(지제), 생식기 등 세부 항목을 평가한다. 이때, 심사표준을 바탕으로 돼지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고, 각 항목에 대해 득점률과 감점률을 반영하여 점수를 책정한다.
심사는 항목별로 배점된 기준에 따라 감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항목에서 감점률이 50% 이상일 경우, 전체 점수와 관계없이 실격 처리되며, 등록 및 입상이 제한된다.
일본의 경우 2% 단위로 감점률을 세분화해 채점하지만, 우리나라는 항목별 상황에 따라 감점률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예를 들어, 돼지의 일반 외모 평가에서 22%의 감점률이 적용되면 해당 항목에서 22%가 차감된 득점이 기록된다. 이를 통해 돼지의 장단점을 득점으로 명확히 반영하며,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한다.
돼지 심사는 품종의 우수한 특성을 살리고 결점을 보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각 품종이 지닌 균일한 형질을 유지하면서도 후세에 더 좋은 특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개량 방향을 설정한다. 돼지 개량은 심사 기준의 정확한 이해와 공정한 평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품종별 특성을 바탕으로 한 외모와 체형 심사는 우리나라 양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