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알코올성 지방간 손상 모형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 연구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체외 모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서 간 독성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알코올성 지방간 손상 모형 재현해 신약 개발 시간 단축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간 기능 손상 및 심각한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알코올성 간 손상 연구는 주로 동물 실험에 의존해왔지만,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체외 모델로 개발되었다.
돼지 간은 사람의 간과 생리학적으로 유사하며, 따라서 돼지 간세포를 활용한 오가노이드 연구는 간 관련 질환 및 치료제 개발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돼지의 간세포를 기반으로 3차원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배양하고, 여기에 알코올을 매일 투여해 급성 알코올성 지방간 손상을 모사했다. 실험 결과, 알코올 투여 후 세포 사멸이 증가하고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현상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가 실제 간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 손상을 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알코올 해독과 관련된 유전자의 역할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CYP2E1 유전자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CYP1A2 유전자가 급성 알코올성 간 손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는 알코올 대사에 대한 기존 지식을 확장시키는 발견으로, 향후 알코올성 간 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돼지 중간엽 줄기세포를 간세포 오가노이드와 함께 배양한 결과, 중간엽 줄기세포가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알코올로 인한 간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중간엽 줄기세포는 간세포 내 지방 축적을 완화하고, 간세포 사멸을 방지함으로써 간 보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중간엽 줄기세포를 간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가 알코올성 간 손상을 포함한 간 질환 연구에 매우 적합한 체외 모형임을 보여준다.
특히, 동물 실험 없이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간 독성 평가가 가능해짐으로써, 연구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 시스템은 사료첨가제 및 동물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을 검증하는 대체 시험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Cells에 발표하였으며, 이 연구가 알코올성 지방간을 포함한 다양한 간 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체외 시험법 개발을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류재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과장은 “이번 연구는 지방간 질환 연구뿐만 아니라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대체 시험법 개발이 사람과 동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