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이 편마비 노인의 신체적·정서적 재활을 돕기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실증했다고 발표했다. 편마비는 뇌졸중 등으로 인해 신체 한쪽이 마비되는 질환으로, 환자의 일상생활을 크게 제한한다.

특히 뇌졸중 발병 후 6개월 이내의 재활이 중요하지만, 이 기간을 지나면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고 평생 재활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마비 측 신체를 적극 활용하는 양손 농작업

세계적으로 편마비 환자 재활 연구는 신체, 감각, 심리적 측면을 아우르고 있지만,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자발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중, 농업 활동을 기반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채소, 꽃, 인삼 등 다양한 식물을 가꾸는 농업 활동을 활용해 상체와 하체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동작은 △양손으로 분무기를 사용해 물을 주는 동작, △모종삽을 사용해 고랑을 만드는 동작 등으로, 총 7가지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동작들은 상·하체의 근력을 고루 자극하며, 환자들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재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65세 이상의 편마비 노인 30명을 대상으로 장애인복지관에서 16회에 걸쳐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은 매 회차마다 반복적인 농업 동작을 수행하고, 일상에서도 이를 연습하도록 장려받았다. 이를 통해 대상자들은 자연스럽게 마비된 신체 부위를 사용하는 연습을 하며, 근력 강화와 재활 효과를 경험했다.

실험 결과,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의 마비된 쪽 근력이 약 39.3% 향상되었고, 보행 능력 또한 대조군보다 7.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복지관에서 개별적으로 운동을 수행한 대조 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프로그램에 포함된 농업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체의 마비된 부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재활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은 신체적 재활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프로그램 참여 전 대상자들의 자아존중감은 28점이었으나, 프로그램 종료 후 31점으로 약 10.7% 향상되었다. 이는 후천적 장애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줄여주고, 재활에 대한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증대시킨 효과로 분석된다.

참여자 중 한 노인은 “식물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해진다. 재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는 치유농업이 단순히 신체 기능 회복을 넘어서 정서적 치유와 심리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의 김광진 과장은 “양손을 사용해 식물을 가꾸는 반복적인 농업 활동이 자연스럽게 마비된 신체 부위를 사용하게 만들어 재활 효과를 본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편마비 노인이 신체적 회복과 더불어 심리적 안정까지 얻을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를 통해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재활 치료를 넘어,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동시에 지원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재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전국 보급과 확대 적용을 통해, 편마비 노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신체적·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