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닭은 없다
깃털 손실 10% 당 하루 사료 섭취량 4g 늘어날 수 있고, 최대 20% 증가해
조도를 낮추거나 빨간색 광원을 제공하여 쪼는 행동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육성기에 깔짚, 홰 등 놀이 물질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
농업연구사 손지선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예능 프로그램 중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견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서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 찾아가는 감동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공격적 행동이 선천적인 기질에 의한 원인도 있을 수 있지만, 주변 환경 개선만으로도 문제 행동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변 환경이나 주인의 관리에 좌우되어 공격적인 반려견이 되거나, 충성심이 강한 반려견이 될 수 있다.
닭도 이와 같다. 일반적으로 산란계는 온습도, 사료 등 환경변화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임계치를 초과하게 되어 깃털 쪼는 행동 등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닭의 행동 변화에 대해 빠르게 인지하여 시설이나 사양관리를 점검하는 것이 닭을 건강하게 잘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에 산란계의 쪼는 행동을 관찰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깃털 쪼는 행동
산란계는 국내 동물복지 인증 농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축종으로 동물복지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이다. 산란계 동물복지 사육이 기존 케이지 시설에서 평사, 다단식 구조물(aviary) 등 계사 환경 전체를 활동할 수 있는 시설로 달라지면서 계군에 대한 사양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깃털 쪼는 행동(feather pecking)은 산란계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행동의 하나로, 쪼는 정도에 따라 온순한 깃털 쪼는 행동(gentle feather pecking)과 심한 깃털 쪼는 행동(severe feather pecking)으로 나눌 수 있다. 두 행동의 차이점을 보면 온순한 깃털 쪼는 행동은 육성기에 자주 나타나며 호기심, 탐색하는 행동으로 쪼임을 당하는 닭이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깃털도 손상되지 않는다.
반면에,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은 주로 닭의 등, 꼬리와 항문 주위의 깃털을 쪼거나 잡아당겨 피부에 상처를 입히며, 쪼임을 당하는 닭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유럽에서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이 계군 내에서 40∼50% 발생된다는 보고도 있어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깃털 손실이 발생되면 체온 유지를 위해 사료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는데, 깃털 손실 10% 당 하루 사료 섭취량이 4g 늘어날 수 있으며, 최대 20%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 (그림 1) 그리고 스트레스와 상처로 인한 질병 발생, 폐사율 증가 등 복지 수준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심한 쪼는 행동의 정도가 심해지면 카니발리즘(cannibalism)으로 발생될 수 있는 잠재적 행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림 1. 깃털 손상과 사료 섭취량의 관계
이 외에 공격적인 쪼는 행동(aggressive pecking)은 계군 내 서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고 있으며, 주로 머리, 목 부위에 손상이 발생된다. 깃털 쪼는 행동은 케이지, 평사 등 모든 사육시설에서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군집으로 사육되는 동물복지 시설에서는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이 다른 닭의 관심도 끌어 들일 수 있어 계군 내에 빠르게 학습될 수 있다.
그동안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을 줄이기 위한 외과적 조치로 부리 다듬기가 시행되었으나, 닭의 급·만성 통증을 주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표출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러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심한 쪼는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리 다듬기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은 아니며,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육종, 영양 및 사양관리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깃털 쪼는 행동 발생과 관련된 가설
깃털 쪼는 행동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설은 닭의 먹이 찾기 등 본능적으로 탐색하는 행동이 다른 닭의 깃털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현재 닭의 조상인 야계(Junglefowl)는 자연 상태에서 먹이를 찾는데 60%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이의 후손도 역시 바닥 긁기, 날개를 비비는 모래 목욕 등 다양한 행동이 억제되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른 닭을 쪼는 것에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그래서 닭의 본능적 행동 욕구를 충족시키고 흥미를 줄 수 있도록 깔짚, 산란상, 홰, 놀이 물질 등 환경요소를 제공해서 닭의 본능적인 행동 표출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 쪼는 행동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가설은 주변 환경의 변화와 스트레스 감수성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이다. 계사에 입식되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운송과 시설 변화, 잠재적으로 다른 닭들과 섞일 수 있는 환경 등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이 시기의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공포심을 느끼는 수준이나 스트레스 반응 정도가 높은 닭은 쪼는 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유전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으며, 사람과의 유대감 형성도 쪼는 행동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예를 들어, 관리자와 접촉이 많았던 닭은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 쪼는 행동 낮게 나타났으며, 관리자는 닭의 행동을 자주 관찰하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조기에 발견해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빈번한 깃털 섭취 경험이나 사료 형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닭이 깃털 섭취를 통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 경우 쪼는 행동이 증가할 수 있는데, 만약 계사 바닥에 깃털이 보이지 않으면 쪼는 행동이 발생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또한 가루형태의 사료는 펠릿보다 섭취시간을 늘려 먹이 찾는 행동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고, 사료 내 높은 섬유질 수준도 포만감을 제공해 다른 닭에 관심을 적게 두어 쪼는 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다.
마지막 가설은 깃털 섭취가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쳐 쪼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쪼는 행동이 높은 닭은 맹장 내 클로스트리디움 강(Clostridiales) 세균 수가 높고 유산균(Lactobacillus spp.)은 낮은 경향을 보여 쪼는 행동이 낮은 닭과 미생물 군집이 다른 현상을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장내 미생물 군집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 외 품종 특성, 높은 조도, 광원의 깜빡임(플리커) 현상, 강한 직사광선 노출이나 높은 사육밀도, 환기 불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어, 쪼는 행동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으며, 잠재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복합적인 제어가 필요하다. (그림 2)
그림 2. 깃털 쪼는 행동 원인
깃털 쪼는 행동 대처방안
심한 깃털 쪼는 행동은 앞서 말한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으나, 이러한 요인들이 항상 쪼는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다 임계치를 초과하면 깃털 쪼는 행동이 발생된다고 보고된다. 쪼는 행동이 시작되고 나면,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1)
표 1. 쪼는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과 예방조치
만약 쪼는 행동이 발견되었을 때, 시설 부분에서는 조명이 너무 밝지 않은지,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는지 점검하고, 조도를 낮추거나 빨간색 광원을 제공하여 쪼는 행동을 줄일 수 있도록 하되, 바닥이 너무 어두워져 방란이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광원의 깜빡이는 플리커 현상이 적은 광원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닭의 본능적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제공한다. 깔짚은 먹이 찾기, 모래 목욕 등을 할 수 있도록 건조하게 유지한다. 홰는 닭이 휴식을 취하거나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로 골강도 등 근력 향상과 공간 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어둡고 편안한 산란상을 충분히 제공해서 산란하는 동안 항문 조직이 다른 닭에게 노출되어 호기심을 끌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건초, 톱밥, 곡물 등으로 만들어진 블록 등을 놀이 물질로 활용해 닭의 흥미를 끌어 쪼는 행동을 감소시킨다. 육성기에 쪼는 행동이 습관이 되면 산란기 동안 쪼는 행동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깔짚, 홰 등 놀이물질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 부분에서 아미노산, 비타민 등 영양소 수준이 결핍되어 있는지 확인하며, 사료의 급격한 변화를 줄이고, 곰팡이독소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이외에도 높은 사육밀도, 부적절한 환기, 닭 진드기 등 전반적인 시설과 사양관리를 점검하는 것이 쪼는 행동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마치며
산란계의 쪼는 행동이 발생되는 유전적 특성과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품종 개량, 아미노산 등 사료 및 놀이시설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에서도 쪼는 행동을 줄이기 위한 사양관리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상에 나쁜 닭은 없다지만, 사육환경과 사양관리에 의해 공격성을 보이는 닭으로 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산란계의 행동을 관찰하고 앞에서 언급한 예방조치 및 관리를 수행한다면 닭의 복지 수준도 높이고, 사람들은 좋은 품질의 계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