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분뇨(우분)를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구체적인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최근 실시한 ‘축사 내 저장기간에 따른 우분 품질 변화 연구’를 통해, 약 90일간 저장한 우분이 고체연료로서 최적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가축 분뇨의 처리 부담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 자원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연구진은 전국 한우·젖소 사육농가에서 실제 배출되는 우분을 대상으로 계절별 저장 실험을 진행하고, 약 3개월에 걸쳐 발열량(LHV), 수분함량, 회분율 등의 핵심 지표를 측정했다.
▲ 고체연료 시료
그 결과, 저장 기간 90일 전후의 우분은 저위발열량 약 3,000kcal/kg 내외, 수분 25~30% 수준을 유지해, 산업용 고체연료로 적합한 품질임이 확인됐다. 이는 석탄 연료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며, 수분이 지나치게 높거나 유기물이 과도하게 분해되기 전 단계의 ‘에너지 효율 임계점’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저장 기간 동안 발열량은 계절별 편차를 보이며 평균 622~755kcal/kg 감소했다. 이는 주로 분뇨 내 유기물의 호기성 분해와 수분의 자연 증발에 따른 것으로, 장기 저장 시 품질 저하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따라 “우분 고체연료화의 품질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90일 내외의 저장 기간이 가장 적절하다”는 정책적 기준이 도출됐다.
친환경 고체연료로서의 잠재력
우분 고체연료는 축사에서 나온 분뇨를 일정 기간 저장한 뒤, 건조 및 압축 성형을 거쳐 만드는 고체 바이오연료(Bio-SRF)의 일종이다. 유연탄 등 화석연료와 유사한 열량을 지니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적고, 분뇨 악취 및 처리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도 함께 가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하루 1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1만 5,000톤의 고체연료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18억 원 규모의 유연탄 대체 효과에 해당하며, 농촌 지역 내 에너지 자립 및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모델 구축에 있어 중요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책 연계 및 실증사업 확대
농촌진흥청은 이번 실증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의 기술 공유 및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후속 협의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퇴비화 과정을 거친 우분 또한 연료로 전환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2차 연구과제도 추진 중이다.
장길원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과장은 “이번 연구는 단순한 분뇨 처리 기술을 넘어서, 농촌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연구”라며, “향후에는 보조원료(톱밥, 왕겨 등)와의 혼합 연료 개발, 품질 인증 기준 정립 등 후속 실증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지역 중심, 우분 연료화 본격 시동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5월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정읍시, 부안군, 완주군, 전북지방환경청, 열병합발전소 3사와 함께 ‘우분 고체연료 사업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2023년 4월부터는 규제자유특구 실증 작업도 개시되었으며, 국립축산과학원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실증사업은 보조원료 혼합, 에너지효율 평가, 연료화 공정 안전성 확보, 유통·유저 네트워크 기반 구축 등 우분 연료화의 상용화를 위한 제반 조건 확보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