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25년 9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 정책에 따른 계란 생산량 급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맹독성 독극물인 청산가스(HCN)를 닭진드기 방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세부계획을 4월 22일 각 시군 및 생산자단체에 시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세부계획의 정식 명칭은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기준의 안정적인 현장 적용을 위한 세부추진계획’으로, 핵심 내용은 기존 마리당 0.05㎡였던 사육기준을 0.075㎡로 확대하는 규정을 오는 9월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이다.
▲ 닭 진드기 구제 방안으로 맹독성 독극물인 청산가스 활용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시행일 전인 8월 31일까지 닭을 케이지에 입식할 경우 2년간 유예기간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이 계획안에 HCN(청산가스)을 닭진드기 공동방제용으로 등록하고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HCN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학살에 사용된 맹독성 독극물로, 흡입만으로도 인·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 물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축산물에 대한 HCN 사용 허가나 농약 등록, 잔류허용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올해 안으로 HCN의 농약 등록 및 사용기준을 신속히 마련하여, 식품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방제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식품안전처의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산란계 농가들은 PLS 제도와 농약 불검출 기준에 따라, 진드기 방제용 농약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위반 시 농장 폐업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의 이번 조치는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이지만, 식품안전성과 국민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문제의 시작은 2017년 AI 사태 이후
농식품부는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 가격이 급등하자, AI 발생을 줄이기 위한 60여 가지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산란계의 사육면적 확대였으며, 당시에는 "사육면적을 넓히면 AI 전파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 주장을 입증할 국내외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육 면적이 넓어질수록 방역 반경이 확대되어 차단 방역이 어려워지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사육면적 확대 정책을 채택한 미국에서는 AI 창궐로 계란 가격이 1개당 1,400원까지 치솟았던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는 면적 확대가 AI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축산 현장의 우려와 요구
산란계 농가들은 정부가 애초에 국민 여론 무마용으로 과학적 근거 없이 추진한 정책을 이제 와서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으며, 생산성 저하의 해법으로 독성 물질 사용과 규제 완화라는 비상식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생산자는 “식품안전처는 농약 하나에도 엄격한 허용기준을 적용하는데, 독극물인 청산가스를 축산 현장에서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며 “계란은 국민의 기본 식량이며, 안전성과 신뢰를 잃는 순간 산업 전체가 위태롭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닭을 괴롭히는 닭 진드기
이번 농식품부의 방안은 식품 안전 문제와 축산 정책의 근본적인 신뢰성을 동시에 흔드는 중대한 이슈로, 국회 및 시민사회 차원의 공론화와 정책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약 등록 및 잔류 허용기준 절차만으로도 수년이 걸리는 가운데단기간에 HCN을 등록하여 사용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낮고, 국제 사회의 식품안전 기준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생산량 감소는 예고된 결과… 식품안전은 뒷전
농식품부가 계란 공급 안정을 명분으로 내놓은 대책의 정당성에 대해 축산 현장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7년 AI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사육면적 확대 정책은 당시 여론을 무마하려는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당시 농식품부는 “좁은 사육공간이 AI 발생에 영향을 준다”며, 7년 후인 2025년부터 사육면적을 1마리당 0.07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준 확대가 AI 발생을 억제한다는 과학적 근거나 실증 자료는 부족하며, 오히려 면적 확대가 방역망을 오히려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농장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 돼왔다.
실제로, 유사 정책을 먼저 도입한 미국의 사례는 오히려 실패 사례로 꼽힌다. 미국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추진했으나, 이후 AI가 다시 확산되며 계란 공급이 대폭 감소했고, 가격은 개당 1,400원 수준까지 폭등한 바 있다. 이는 사육면적 확대와 AI 예방 간의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식품안전성과 소비자 신뢰 위협하는 HCN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제시한 ‘생산성 보완책’에 있다.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생산량 급감을 보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맹독성 물질인 HCN(청산가스)을 등록·사용하겠다는 계획은 현장 농가와 시민단체, 식품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HCN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로 사용된 강력한 독성 물질로, 인체 및 동물에 흡입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고위험 물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용, 특히 축산물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이나 사용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농식품부는 이를 2025년 내로 긴급 등록하고 방제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HCN의 농약 등록과 식품안전성 검토에는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되며, 단기간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곧 식탁 안전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정책 목표만 달성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품안전처가 엄격히 시행 중인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재 산란계 농가는 이 제도로 인해 농약 사용 자체가 사실상 금지된 상태이며, 위반 시 농장 폐쇄라는 극단적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농가 “계란 공급보다 국민 안전이 먼저” 목소리 커져
산란계 농가들은 이번 대책이 계란 수급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을 오히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농장주는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면, 생산량이 많아도 팔 수가 없다”며, “정부는 계란을 국민 기본 식량이 아니라 정책 수치로만 보는 것 같다” 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생산량 감소 우려에만 몰두한 나머지, 안전성을 무시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농가를 범법자로 만들고, 국민 건강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식품부의 이번 대책은 단기 생산량 확보라는 목적을 위해 식품안전성과 소비자 신뢰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맹독성 물질을 식품용 축산물에 사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철저한 과학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향후, 국회 차원의 정책 청문회나 독립적인 안전성 검토 절차 도입 등 견제 메커니즘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 식탁에 직접 연결되는 정책인 만큼, 정부는 생산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잡힌 해법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