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 소비자들이 먹거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안전성’과 ‘신뢰’다. 단순한 가격이나 맛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었는가, 어떤 약품이 사용되었는가,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길러졌는가와 같은 정보가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토종닭은 항생제 사용이 적은 전통 사육 방식을 통해 ‘건강한 육류’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육계와 토종닭의 사육 환경 차이
현대 축산 산업에서 대량 사육이 보편화되면서, 일반 육계(broiler)는 밀집된 공간에서 빠른 시일 내 출하를 목표로 사육된다. 이와 같은 집약적 시스템은 사육 효율은 높이지만, 닭들의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증가, 질병 감염률 상승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그에 따른 항생제, 성장촉진제, 소화제 등의 의약품 의존도 역시 높아진다.
반면, 토종닭은 일반적으로 방사형 또는 준방사형 사육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성장하도록 설계된 방식으로, 사육 밀도가 낮고 자연적인 운동량이
많아 개체 건강이 우수하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스트레스도 적어 항생제 사용 빈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 토종닭 칼국수
항생제 사용 감소, 왜 중요한가?
항생제는 가축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항생제 투여는 가축 내 내성균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내성균이 인간에게 전이될 경우, 인체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효력이 떨어지는 공중보건상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는 축산물 내 항생제 잔류물에 대한 관리 강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항생제 무첨가 혹은 저사용 축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토종닭은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는 ‘안심 축산물’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전통 사육이 주는 생물학적 이점
토종닭은 유전적으로 빠른 성장보다 생존력과 면역력이 강한 방향으로 품종개량되어 왔다. 여기에 넓은 사육 공간, 계절 변화에 따라 자연 순응적인 생육 환경이 더해지면서 항생제 없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면역력 향상: 낮은 스트레스 환경은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 형성: 항생제 사용이 적으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보존되어 소화·흡수율이 향상된다.
병원균 내성률 감소: 내성균 발생 가능성이 낮아져, 가축 전염병 확산 리스크도 줄어든다.
소비자 인식 변화와 시장 반응
최근 식품 소비자는 ‘무항생제’, ‘친환경’, ‘방사 사육’ 등의 문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토종닭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드문 단백질 공급원으로,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 환자 식단, 고령자 영양식 등 안전한 식재료를 우선 고려하는 소비층에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실제 시장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토종닭을 원료로 한 무항생제 삼계탕, 백숙, 닭죽 제품이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토종닭을 ‘청정·전통·건강’의 이미지로 브랜딩하여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는 추세다.
제도적 측면에서의 지원 필요성
항생제 사용을 줄인 전통 사육 방식은 분명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 노동력이 더 많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무항생제 인증 확대, 방사 사육 보조금, 사육시설 개선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토종닭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
결론
토종닭은 단지 오래된 닭이 아닌, 전통 방식으로 건강하게 길러진 안전한 단백질 자원이다. 대량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자란 토종닭은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확실한 선택지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 항생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토종닭의 전통 사육 방식은 식탁 위 신뢰를 회복하는 대안이자 미래형 건강식품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제는 토종닭을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과학적·사회적 가치가 증명된 건강 먹거리로 재조명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