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예년보다 빠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모기 등 흡혈 곤충의 활동이 앞당겨지면서 가축 전염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축산 현장에서는 모기의 개체 수 증가가 가축 감염병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전국 축산농가에 예방 백신 접종과 위생 관리에 철저히 나서줄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 소 피하주사
모기는 단순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해충을 넘어, 소·돼지·말 등 주요 가축에 다양한 전염병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가축이 모기에 물릴 경우, 병원체가 체내로 침투하여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소에서는 럼피스킨병, 아까바네병, 유행열과 같은 전염병이 모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으며, 돼지는 일본뇌염, 말은 일본뇌염과 아프리카마역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들 질병은 발병 시 고열, 피부 병변, 번식 장애, 심지어 폐사에 이르기까지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전염성이 높아 집단 감염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백신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축 백신은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보통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모기 활동이 활발해지기 전 최소 한 달 전에는 접종을 마쳐야효과를 볼 수 있다.
모기의 주요 활동 시기가 5월부터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가 사실상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예방백신은 질병이 발병한 후보다 발병 전 접종했을 때 훨씬 효과가 크다”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질병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접종 방법과 철저한 위생 관리도 동반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특히 ‘피하 주사법’을 기본으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가축의 목과 어깨뼈 사이 피부를 손으로 집어 올린 뒤, 피부 아래에 백신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숙련된 인력이 접종해야 정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 보관 온도 역시 중요한 변수다.모든 백신은 2~5도(℃)의 냉장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며, 외부 온도 변화나 직사광선 노출은 피해야 한다. 오염된 주사침은 즉시 폐기하고, 한 마리당 한 개의 주사침 사용이 원칙이다. 이는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기본 수칙이다.
또한 두 종류 이상의 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경우, 반드시 접종 부위를 달리해야하며, 백신을 희석한 후에는 즉시 사용해야 한다. 남은 백신은 재사용하지 않고 즉시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같은 수칙은 백신의 품질 유지뿐 아니라,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김남영 농촌진흥청 난지축산연구센터장은 “최근 봄철 기온이 평년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흡혈 곤충의 조기 활동이 예상된다”며, “농가에서는 가축 질병이 발생한 이후가 아닌, 발병 전 단계에서의 철저한 사전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 접종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가축 생명과 농가 경제를 지키는 최선의 방어책”이라며, “축산 농가에서는 접종 시기와 방법, 위생 관리를 철저히 이행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올봄 모기 매개 전염병 예방을 위한 현장 기술지원과 백신 접종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지자체와 협력하여 예방백신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축산 농가에 필요한 백신 정보와 접종 기술을 지속적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축산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정부와 농가가 함께 협력하여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