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서울대학교 김희발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 가축 품종인 ‘긴꼬리닭’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하고, 수컷의 꽁지깃이 장대하게 자라는 유전학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 ‘긴꼬리닭’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전통 품종에 대한 유전체 분석 사례로는 처음이며, 긴꼬리닭 한 개체의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해외 40개 닭 품종과의 유전체 비교를 수행, 참조 유전체(reference genome)와 함께 범유전체(pangenome)를 완성했다. 이로써 긴꼬리닭의 독특한 형질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정밀히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의 비밀… 장대한 꽁지깃의 실마리를 풀다
연구진은 긴꼬리닭의 DNA로부터 총 3만 6,818개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식별해냈으며, 특히 1~4번 상염색체와 Z 성염색체에서 깃털 형성과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3,000건 이상의 돌연변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음을 확인했.
이 돌연변이들이 긴꼬리닭 수컷 특유의 1미터 이상 자라는 꽁지깃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전통적으로 외형에 의해 정의되던 긴꼬리닭의 특징을 분자 유전학적으로 해명한 첫 사례다.
서울대학교 김희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긴꼬리닭의 고유 형질이 세대를 거쳐 유전되어 온 경로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중요한 성과”라며 “국내는 물론 일본 ‘오나가도리’, 독일 ‘피닉스’ 등 세계 긴꼬리 계통 품종과의 비교 연구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세계 학술계와의 연결… 공공 유전자원으로 등재
이번 유전체 분석 결과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공식 등록됐으며, 연구 성과는 세계적 생명과학 학술지 ‘Scientific Data’ (네이처 자매지) 2025년 1월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Chromosome-level Genome Assembly of Korean Long-tailed Chicken and Pangenome of 40 Gallus gallus Assemblies”로, 이 연구는 생명정보학 및 유전학 분야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정현정 과장은 “이번 유전체 해독은 긴꼬리닭이 지닌 고유 유전 형질을 과학적으로 밝힘으로써, 미래 보존 및 육종 연구의 기반을 마련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국가 전통 자원의 생물다양성 확보와 문화적 재조명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졌던 유산의 귀환… 문화적·역사적 가치 복원
긴꼬리닭은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한 전통 가축으로, ‘삼국지 위서동이전’,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삼육지’ 등 다양한 역사 문헌에 등장한다. 또한 조선시대의 대표 화가 심윤복과 장승업의 회화 속에도, 웅장한 체형과 장대한 꽁지깃을 지닌 수탉으로 묘사돼 꼬리닭의 문화적 위상을 뒷받침한다.
▲ 민화에 등장한 긴꼬리닭
그러나 한국전쟁과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긴꼬리닭은 자취를 감추었고, 이후 2006년, 한 농가의 25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현재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유전자원정보시스템(DAD-IS)에 ‘Ginkkoridak’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재돼, 우리나라 전통 자원으로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첨단 생명정보 기술로 복원된 전통
이번 연구에서는 최신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긴꼬리닭 수컷 1수의 39개 염색체를 기반으로 한 총 17억 염기쌍(1.7Gb)의 유전체를 염색체 수준으로 정밀 해독했다.
특히, 일반 유전체 분석에서 간과되기 쉬운 미세염색체(microchromosome)까지 포함해, 긴꼬리닭에만 존재하는 1.9Mb의 신규 염기서열과 36,818개의 구조 변이를 새롭게 규명했다.
이는 긴꼬리닭의 유전적 다양성과 희소성을 과학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며, 전통 품종 보존뿐 아니라 생물유전학, 육종, 생명정보학 분야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