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신선도와 콜드체인시스템의 중요성
계란 품질관리 위해 유통과정에 콜드체인시스템 활용
유통온도 따른 계란 품질 차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
20℃ 이상에서 고품질상태 유지할 수 있는 기간 짧아
손지선 농업연구사
가금연구소
국립축과학원
들어가며
최근 우리는 어디서든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장을 보고, 새벽 또는 야간배송으로 채소, 육류 등 온도의 영향을 받기 쉬운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재료, 간편식 등을 가정 현관에서 신선하게 공급 받을 수 있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편리하고 신속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이 농축산물 거래 방식을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스템 유통 과정 중에 적정 온도를 유지시켜 제품의 신선도 및 품질을 보장해줄 수 있는 콜드체인시스템(cold-chain system)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본고에서는 계란의 저장·보관 환경이 중요한 이유와 계란을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유통방안으로 콜드체인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콜드체인시스템 정의 및 필요성
콜드체인시스템은 단순히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의 신선도 유지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정온물류(temperature controlled supply chain) 관리기법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농·축·수산물 등 식품을 비롯한 화훼류, 의약품, 전자제품 등 온·습도에 따라 성질이 변화하거나 손상될 우려가 있는 품목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어 적합한 온·습도를 유지시킴으로써 식품의 경우 증산작용, 갈변반응 등 부패를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할 수 있다.
그 효과로 소비자는 산지에서 수확할 때처럼 품질이 유지된 신선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계란 구매 시 주요 고려 요인에 대한 소비자 의견 조사 결과, 그림 1에서와 같이 ’18년 기준 37.9%가 신선도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계란의 가치를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림 1. 계란 구매 시 주요 고려 요인
〈출처 : 농촌진흥청, 2018〉
온도가 계란 신선도에 미치는 영향
계란의 품질은 닭의 주령, 질병, 사양관리, 보관온도, 유통과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계란은 난각, 난백 그리고 난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계란의 난황 및 난백의 75%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난각의 큐티클층이 있어 자체 미생물 방어가 가능하지만 유통과정 중 계란의 호흡 및 수분증발로 인한 품질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환경이 계란의 신선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란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저장환경은 온도 2℃, 습도 80%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계란의 유통 과정 중 품질 유지를 위해 지속적이고 일정한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냉장유통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계란의 품질을 평가하는 형질로 난중, 신선도, 난각강도 등을 측정하며, 그 중 호우유니트(Haugh unit), pH는 계란의 신선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되는 값으로 보관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2에서 계란의 저장기간과 온도에 따른 호우유니트 변화 연구 결과를 보면, 1℃에서는 높은 호우유니트가 약 3개월 이상 유지되는 반면에 20℃ 이상 보관온도에서 호우유니트가 빠르게 낮아져 고품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란의 보관온도가 높을수록 난백의 수분이 난황막으로 많이 이동하게 되며, 난황막이 터지기 쉬워져 계란의 신선도와 품질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그림 2. 계란의 저장기간 및 온도에 따른 호우유니트 변화
〈출처 : 김범근 등, 2014〉
신선한 계란의 난백 pH는 7.6∼7.9, 난황의 pH는 6.0으로 알려져 있으며, 난각 표면의 기공을 통해 CO₂가 배출되기 때문 일반적으로 저장과정 중에 계란의 pH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란의 pH 증가는 알부민 단백질의 미생물 번식 억제 기능을 방해해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림 3에서 난백의 pH는 1℃ 및 10℃ 저장온도에서 pH의 변화가 크지 않았으나, 20℃ 이상에서 보관할 경우 pH의 상승 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계란의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도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폭염강도 및 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유통온도에 따른 계란의 품질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고품질 계란을 제공하기 위한 철저한 계란 품질관리를 위해 유통과정에서 콜드체인시스템의 활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3. 계란의 저장기간 및 온도에 따른 난백 pH 변화
〈출처 : 김범근 등, 2014〉
주요 국가별 계란 유통 및 보관 온도
닭은 난소 내 난포가 성장하여 배란되면서 난백과 난각이 만들어지고 총배설강을 통해 산란함으로써 계란 표면에 박테리아가 묻을 가능성이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계란 안전을 저해하는 살모넬라균 등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유통 관리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살모넬라는 계란을 통한 식중독 유발 원인체 중 주요 세균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계란을 8℃ 이하에서 보관하면 살모넬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산란 후 36시간이 지났거나 저장·운송 중인 식용란은 7.2℃의 냉장상태를 유지하며, 소매점은 7.2℃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하도록 한다. 또한, 계란의 포장에 냉장유지를 표기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UNECE(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은 신선란과 냉장란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있다. 신선란(수세나 청결작업을 하지 않고 5℃ 미만의 온도에 보존·냉장시키지 않은 계란)은 5℃ 이상, 20℃ 미만의 온도에서 저장·운송하며, 냉장란(의도적으로 0℃ 이상, 5℃ 미만의 온도에 냉장된 계란)은 0℃ 이상, 5℃ 미만의 온도를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액란 가공에 활용되는 원료란은 정상란을 3일 이상 보관할 경우 8℃ 이하에서 저장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식약처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식용란은 가능한 한 냉소(0∼15℃)에 보관 및 유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난 ’19년 1월부터 계란 세척 및 보관과 관련된 기준이 강화되어 세척란은 반드시 냉장 온도(10℃ 이하)로 보존·유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한번 냉장 보관된 계란은 세척 여부에 상관없이 냉장 온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림 4에서 세척수에 상관없이 세척란은 비세척란에 비해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온도에 따른 호우유니트 감소율이 크게 나타나 세척란의 철저한 온도관리가 필요하다.
그림 4. 비세척란 및 세척란의 보관온도, 기간에 따른 호우유니트 감소율
〈출처 : 최범근 등, 2017〉
표 1. 주요 국가별 계란유통 및 보관온도
〈출처 : 정명섭, 2017〉
마치며
기후변화와 소득 수준 향상으로 식품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콜드체인시스템의 적용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등 융·복합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물류산업으로 발전되고 있다. 국내 생산 계란의 신뢰도 제고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난각 산란일자 표기, 식용란 선별포장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계란의 품질 확보를 위해 온도관리를 통한 냉장유통 환경시스템 개선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사료된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수집, 선별, 포장, 유통, 저장 등 여러 과정으로 소비자의 식탁에 전달되기까지 다양한 경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란의 신선도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