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겨울철 한파로 인한 온실 난방비 증가와 탄소 배출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해 농가에 시범 보급하고 실용화에 나섰다. 이 기술은 난방비를 기존보다 15~20% 절감할 수 있다.
비닐온실은 에너지 투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설이지만, 겨울철 난방비가 경영비의 20~30%를 차지해 농가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로 겨울철 한파가 빈번해지면서 난방비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 생산모습
현재 대부분의 농가는 화학솜과 폴리에틸렌(PE) 폼으로 만든 다섯 겹 보온커튼을 사용한다. 그러나 화학솜은 습기를 흡수하면 보온력이 저하되고, 아침에 커튼을 걷을 때 찬 물방울이 작물에 떨어져 스트레스를 주며 생장이 멈추는 순멎이현상을 유발한다. 폴리에틸렌 폼은 투습도가 낮아 온실 내부 습도를 높이는 문제를 일으킨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 고성능 신소재인 에어로겔을 활용한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해 기존 보온커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에어로겔은 나노 크기의 다공성 구조를 가진 물질로, 가볍고 단열성이 우수해 방위산업과 항공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에어로겔을 흡수시킨 부직포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마트지와 멜트블로운 부직포를 부착해 다섯 겹 구조의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제작했다. 커튼 재료의 최적 조합과 에어로겔 함량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서, 에어로겔 함량이 낮으면 단열성이 떨어지고, 높으면 입자가 묻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사용했을 때, 기존 다섯 겹 보온커튼 대비 난방비가 15~20%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커튼의 두께가 얇아 그늘 발생이 적어 작물 재배 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
▲ 태안(화훼, 2020) ▲ 양평(딸기, 2020) ▲파주(선인장, 2021)
농촌진흥청은 2020년 ‘다겹보온커튼 및 이의 제조방법(특허번호 10-2167783)’을 등록하고, 이를 기업에 기술 이전해 실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신기술보급사업을 통해 전국 57개 농가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보급했다.
토마토를 1헥타르(ha) 규모로 재배할 경우, 한 달 난방비가 최대 2,500만 원에 이른다. 기존 보온커튼을 사용하면 난방비를 약 1,150만 원 절감할 수 있지만,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사용하면 절감액이 1,375만 원까지 증가한다.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의 설치비는 제곱미터(m²)당 1만 4,000원으로, 기존 다겹보온커튼(1만 3,000원)보다 약 8% 비싸다. 그러나 난방비 절감 효과가 커 추가 설치 비용은 1∼2년 내로 회수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양평(2022) ▲ 공주(2022) ▲군위(2022)
신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한 농가들 중, 양평의 딸기 농가는 1,743m² 면적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해 1년 동안 난방비를 400만 원 절감했다. 익산의 딸기 농가(2,125m² 규모) 역시 같은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으며, 과습 환경이 개선돼 딸기 상품성이 크게 향상됐다.
태안의 화훼 농가는 1,324m² 면적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해 1년 난방비를 620만 원 절약했다. 이 농가는 저온기에 과습 문제가 해결됐을 뿐만 아니라, 고온기에는 에어로겔 커튼을 차광커튼으로 활용해 수확량과 상품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커튼 소재 중 하나인 멜트블로운 부직포가 마스크 생산에 우선 투입되면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농업용 부직포로 대체하고, 에어로겔 함량을 기존 5~8%에서 12%로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보온율도 66.7%에서 72.3%로 향상됐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사업 시행 지침인 ‘에너지절감 시설 지원 단가표’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포함시켜 농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수명이 다한 기존 보온커튼을 교체하려는 농가들이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승돈 원장은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이 농가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신소재를 활용한 농업용 보온자재를 개발하고 보급하겠다”고 밝혔다.